도시락 배달, 병원 카운터 봐주기는 일상! 원장 집 식사배달부터 자녀 등하교까지 총출동 🍱👨⚕️
한 대도시에서 50여 개 클리닉(개원의)의 영업사원 A씨는 매주 이틀 정도 오전에 시간을 내 병원 카운터 업무를 담당하고, 병원 식구들의 점심식사까지 책임진다고 한다. 원장님 중에는 입이 고급이라, 개당 3만 원대 초밥도시락만 먹는 사람도 있다. 도시락이 남으면 원장님 집으로 배달까지 해 드려야 하는데, 심지어 해외학회나 여행을 떠나는 원장님을 인천국제공항까지 데려다주고, 귀국할 때는 픽업까지 해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A씨가 원장님들에게 '노예'를 자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원장님들 부탁을 거절하거나 심기를 조금만 거슬러도, 그들이 A씨 회사의 약을 '끊어 버리기' 때문이다. 영업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회사에서 큰 고초를 겪어야 한다. A씨가 밝힌, 믿기 어려운 사례도 있었다. "한 유부남 원장님에게 받은 부탁인데요. 여자친구와 해외여행을 가는데 바빠서 시간이 없다며, 여행계획부터 외화 환전까지 부탁하는 거예요. 불륜까지 대놓고 말할 정도로 저희를 사람 아닌 '노예'로 본다는 얘기죠."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법카 결제, 그리고 현금 확보를 위한 '카드깡'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한다. 요즘은 병원이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지만, 영업에 돈이 들기 마련이라고 한다. 병원을 방문할 때 사소한 주전부리라도 살 수밖에 없는데, 그 부담이 상당하다고 한다.
"교회 나와요, 안 나오면 약 끊어요"는 원장님들의 말도 종종 들리며, 의사들 개인 용무도 영업사원들에게 봐주는 일상이다. 자녀 등하교를 돕거나 컴퓨터 수리까지 하는 경우도 있으며, 주말에는 의사들의 여가활동에 함께 참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의료계가 전반적으로 영업사원을 아랫사람으로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기막힌 갑질이 가능한 건 의사와 영업사원이 '돈'으로 얽힌 공생관계여서다. 의사들이 의약품 선정 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네릭(복제약)이 보편화된 병증에서 의사가 특정 약을 지정하는 현행 '상품명 처방' 대신, 같은 성분을 가진 약 중에서 선택해서 쓸 수 있는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의료법 등에 따르면, 리베이트를 받은 자는 1년 이내의 자격정지와 함께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 문제는 의사들의 '자정 노력'으로 풀 게 아니라, 구조적 측면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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